가족

[경향신문] 2월 13일자 인터넷판 신문에 기사가 올라왔네용. 오호라~

더푸른하늘 2015. 2. 16. 02:3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132230165&code=940100

 

 

만화방의 진화… 간이의자, 퀴퀴한 담배 냄새 대신 카페 분위기 물씬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ㆍ아저씨들이나 가는 곳서…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 앉아 삼매경
ㆍ손님들 대부분 20~30대 여성·커플… 40대도 즐겨 찾아

모두 모으면 소원을 이뤄주는 구슬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룬 일본 만화 <드래곤볼>이 한국에서 연재를 시작한 지 올해로 25년이 됐다. 고등학교 농구를 소재로 독자들을 울고 웃기던 만화 <슬램덩크>도 첫선을 보인 지 25년이 흘렀다.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만화책을 사거나 만화방을 찾던 10대 중반의 독자들이 어느새 경제력을 갖춘 40대가 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회사 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만화방을 열어 만화방 주인이 된 이도 있었다.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 서교동의 만화방 ‘즐거운 작당’. 입구에는 ‘만석’이라는 팻말이 나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온 사방이 만화책으로 가득했다. 만화방 가운데 자리 잡은 음식료 코너는 웬만한 카페 못지않다. 만화방 곳곳에는 골방 같은 공간에서 누워서 책을 보는 이들도 있었다. 손님은 대부분 20·30대 여성이었고, 10대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대기업에서 18년간 일하다 지난해 4월 만화방을 연 김민정씨(44)는 “어릴 때부터 워낙 만화를 좋아해서 ‘나만의 서재’ ‘작은 도서관’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의 만화방.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근처 만화방 ‘즐거운 작당’에서 독자들이 13일 간식을 즐기며 만화를 보고 있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처럼 최근에 문을 여는 만화방들이 카페 분위기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좌석도 의자만 있던 기존 형태에서 벗어나 진화하고 있다. 서울 신림동 주택가에 위치한 ‘만화 보는 팬더카페’. 이곳은 기본 좌석으로 항공기 비즈니스석 형태의 의자를 사용하고 있다. 좌석의 절반은 누워서 만화를 볼 수 있는 다락방·굴방 형태로 꾸며져 있다. 지난해 11월 만화방을 연 최현선씨(39)는 “누워서도 볼 수 있는 곳이라 다락방과 굴방 형태는 커플들이 주로 선호하는데 혼자 오신 손님들도 자주 이용한다”며 “찜질방 1인 수면실에서 따온 것인데 옛날 방식의 만화방에서 콘셉트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도 예전과 달라졌다. 카페 형태의 만화방은 남성 손님보다 여성 손님이 더 많고, 커플들도 많다. 쉬는 날이라 아내와 함께 만화방을 찾았다는 직장인 김성일씨(36)는 “편해서 한 달에 2~3번씩 만화방에 온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34)는 “예전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지만, 만화방은 담배 냄새도 많이 나고 아저씨들이 가는 곳이라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며 “요즘에는 만화방이 깔끔하고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화된 한국 만화의 원작과 웹툰 단행본 등을 보러 만화방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드래곤볼>로 시작된 일본 만화의 강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심야식당>이나 일본 만화가 마쓰다 미리의 작품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2013년 만화산업 전체 수입액 중 일본 지역 수입액이 약 639만달러로 전체의 90.3%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약 362만달러)보다 76%가량 증가한 것이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지면 만화는 전반적으로 줄고 있지만, 웹툰 등 디지털 만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본 디지털 만화도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만화방 수는 외환위기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의 만화책 임대업(만화방·도서대여점) 업체 수는 2011년 811개에서 2013년 761개로 떨어졌다. 만화방을 운영한 지 27년째인 정승만 전국만화방도서대여점연합회장(63)은 “외환위기 전에는 전국에 만화방이 1만개 정도 있었다”며 “그중 80% 정도가 10평가량 되는 작은 만화방이었는데, 점차 손님이 줄어 대형 만화방만 남고 대부분 폐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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